[조향 노트] by Sutome Apothecary
Notes
Head: Silver fir, juniper berry
Heart: Black spruce, ho wood, Spanish rosemary, Dalmatian sage
Last: Sandalwood mysore, agarwood absolute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길이 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는 서울에서 한 가족이 3대에 걸친 층위의 기억을 쌓아올릴 수 있는 장소를 가진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덕수궁 미술관은 대한제국 사람이었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늦둥이 아들로 전쟁 중에 태어난 아버지, 그 아버지가 늦게 결혼해 낳은 딸인 제가 100여 년 세월의 기억을 공유하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이곳으로의 교통편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늘 고려할 만큼, 저에게 덕수궁 미술관은 살 집을 결정할 때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지요. 일을 쉬는 날이면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나와 전시를 보고, 궁궐을 산책하고, 대학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정동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뒤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열 살을 더 먹어도, 그리고 열 살을 또 먹어도 저의 휴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德壽宮 美術館의 블렌드는 세월이 깃들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마룻바닥, 오래된 캔버스와 유화 물감 위에 내려앉은 퀴퀴하지만 기분 좋은 먼지 냄새, 고아한 자태로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침엽수의 향기를 담았습니다. 허벌 노트로 악센트를 준 머스키한 우디 계열의 블렌드로, 각각의 노트에서 동일한 계열의 향료들을 얇게 한 겹씩 쌓듯 구성하여 향 전체가 완만한 트레일을 그리도록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