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요(長安窯) 신경균 도예가의 계절 음식 이야기 책입니다. 그는 "음식 만드는 것과 그릇 만드는 게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음식 이야기, 철따라 나는 재료 이야기, 그릇 굽는 이야기, 흙 이야기, 음식을 매개로 만났던 사람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술술 풀어지듯 담겨 있습니다.

무뚝뚝한 듯 구성진 말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글을 홀린 듯이 읽다보면 사진의 아름다움에 또 한번 반하게 됩니다. 일부러 연출해서는 찍을 수 없는, 긴 호흡으로 다져진 생활의 장면들에서 계절의 흐름과 가족의 삶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식재료와 신경균 도예가의 그릇에 담긴 제철 요리의 비주얼은 외국의 그 어떤 호화로운 요리책보다 호사스럽게 느껴지고요.

신경균 도예가는 고려 다완을 재현한 고(故) 신정희(1930~2007) 선생의 아들로 15세 때부터 도예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 책은 동시대에 손꼽히는 도예가의 여정을 담담히 서술한 회고록이기도 합니다.

사철 제본으로 갈무리한 책의 만듦새 또한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계절 음식의 진수를 눈으로 맛보는 즐거움과 함께 '이렇게 먹으며, 이렇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경한 감동이 많은 분들에게 널리 전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