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s of Summer #01 두 여름밤을 위한 사물
장마 소식이 들려온 이후, 밤과 새벽 사이에만 내리던 비가 종일 내리는 날이 점점 많아집니다. 이번 여름의 비 소식은 유독 느슨하고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름의 불쾌지수를 낮추고, 감각의 즐거움을 높이기 위한 계절의 지침서 《여름의 생활》. 올 여름의 첫 이야기는 〈두 여름밤을 위한 사물〉입니다. 뜨거운 여름볕이 길게 이어지는 날의 밤과, 긴 밤 빗소리를 듣는 한 사람을 생각하며 음반과 글라스, 향을 골라보았습니다. |
 | 비를 맞이하는 여름의 숲 Stones of Paradise by moshimoss
빗소리, 잎이 스치는 소리가 떠오르는 도입부의 「B2. Memories, ephemeral existence」를 들을 때, 머물고 있는 공간의 천장보다 더 넓은 장소를 떠올립니다. 그 장소는 아득하게 먼 바다의 수평선이기도, 칠흑의 밤하늘 아래 내리는 비를 맞이하고 있는 깊은 숲 속이기도, 낮게 누운 풀들이 한없이 펼쳐진 너른 초원이기도 합니다. 점차 큰 파랑을 이루는 멜로디는 몽환적이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종일 뜨거운 여름의 볕과 더위에 지친 날 밤 듣고 싶은 곡입니다.
두 번째 트랙인 「I will not forget you」는 훨씬 느린 호흡으로 사운드 사이의 여백이 지친 마음을 쉬게 해주는 것처럼 느껴져요. 요가를 마치고 나서 누워 휴식하는 사바 아사나, 조도를 낮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명상을 이어갈 때 들어도 좋겠습니다. 서정적인 곡을 찾으시는 분께는 바로 이어지는 트랙인 「I’ll be right here」를 권해요.
✢ 피아노와 현악기에 초첨을 맞춘 멜로디, 앰비언트 혼합 사운드가 담긴 이 LP 음반은 영화와 영상, 예술 프로젝트와 공간을 위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알려진 아나미츠 고스케가 moshimoss라는 이름으로 9년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입니다. |
 | 그리운 기억을 품은 선율, One Day by Akira Kosemura
이 음반을 들으신다면, 연주곡 사이로 어울어진 작은 페달음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작곡가이자 모던 피아니스트인 아키라 코세무라가 본가에서 어릴 적부터 연주해 온 낡은 피아노를 연주하다 녹음한 곡들을 담은 〈One Day〉. 소박한 음들이 이루는 선율을 듣다 보면, 내밀한 기억과 오랜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애틋한 감정이 떠오릅니다.
연주자가 페달을 밟는 소리로도 그 애틋함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이 곡들은 종일 비가 내리는 날 들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페달음은 언뜻 빗방울이 지면에 타닥타닥 부딪히는 소리같기도,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를 닮았어요.
✢ 세 살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다가 고등학교 때 그만두었던 아키라 코세무라가 다시 음악을 시작한 이유는 대학 시절 노트북으로 현장의 소리를 녹음하고, 악기음과 합치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입니다. 현재는 개인 레이블을 운영하며 영화와 무대, 게임, 광고까지 폭넓은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 캐주얼과 클래식의 접점, TSURU 6oz Flute Glass by Kimura Glass
한여름 가장 자주 찾게되는 술은 적당한 탄산감과 산미가 있는 샴페인과 펫낫류의 화이트 와인. 여름 과일과 꽃의 향, 허브의 싱그러움, 기분 좋은 버블감이 더위와 갈증을 낮춰줍니다.
머신메이드 글라스인 이 모델의 장점은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키무라 유리점의 다른 글라스보다 두께와 무게 모두 있는 편이지만, 지나치게 투박하지 않고 아름다운 디자인, 실용적인 가격을 갖추었습니다. 데일리 샴페인 글라스로 손색 없는 모델로, 곧 신제품 소식으로 소개드릴 예정이에요. |
 | 여름의 온더락 위스키 NUTS 10oz Old-fashioned
여름에도 녹진한 술이 필요할 날, 한 잔의 위스키가 필요하다면 〈NUTS 10oz Old-fashioned〉를 추천해요. 약간의 곡선을 지닌 심플한 디자인의 잔으로 넉넉한 구경과 적당한 용량이기에 온더락 잔으로도, 늘 얼음을 넣어 마시는 여름의 음료들을 담기에 충분합니다.
여러개를 구비해두어도 될 만큼 가격적인 강점이 있기 때문에 손님 맞이를 위한 글라스로 선택하여도 좋겠습니다. |
 | 해 질 무렵 피워올리는 향 황동함 & 인센스 스틱 Suifu
침향을 베이스로 시원한 풀내음과 달콤함의 블렌딩을 감각할 수 있는 선향 〈Suifu는 야마다마츠의 선향 중에서도 해질 무렵의 여름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입니다. 선향을 세울 수 있는 화산석과 선향이 함께 구성되어 있는 〈오브소〉의 황동함 중에서는 반딧불 디자인을 골라보았습니다.
✢ 황동합에 부조로 조각된 반딧불은 빛을 상징합니다. 어두움 끝에 찾아올 밝은 날처럼 우리의 안에 있는 빛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선향을 사르지 않을 때에는 좋아하는 인센스 오일을 떨어트려 사용해도 좋겠습니다. |
✦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는 매미 울음 소리가 울려퍼지는 요즘, 여름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더위와 곧 찾아올 열대야 속에서도 당도 높은 여름의 과일과 화이트 와인, 한 곡의 음악으로 작은 계절의 기쁨을 자주 누리신다면 좋겠습니다.
시즈널 레터는 《여름의 생활》 2편으로 다시 찾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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